당신의 과녁_모든 것을 잃어버린 남자에 대한 고찰

최근 안방을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봤는가? 여러분은 그 드라마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묻고 싶다. 대항할 수 없는 강한 힘, 장가에 맞서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매우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여기 비슷한 내용의 웹툰이 있다. 이 주인공은 스스로 저항할 수 조차 없는 상황 때문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되었고 십수년이 지난 후에야 억울함이 밝혀져 석방된다. 그동안 주인공은 친구, 가족, 연인과 생이별을 해야만 했고, 억울하게 씌인 누명으로 인해 세상 사람들로부터 질타를 받아야만했다. 

 

그는 어떤 생각을 했으며,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는 감정을 억누르고 옥살이 속에서도 복수를 결심했고 결국 통쾌하게 복수에 성공했다. 앞서 말했지만 이것은 정말 소설에서나 볼법한 비현실적인 이야기, 이 웹툰의 주인공은 다르다. 주인공의 모든 감정은 웹툰 내의 특정한 장치로 끊임없이 분출되며 숨기지 않는다.

 

 

 

주인공 최 엽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연인까지... 그가 이 세상에서 행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홀로 술을 마시며 행복을 만끽하던 그는 낯선 할아버지가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드렸고 보답으로 받은 에너지 음료를 마시고 벤치에 누워 자게 된다. 그리고 다음날, 낯선 곳에서 일어난 그는 세상에서 제일 흉악한 범죄자가 되어 있었다.

 

 

사실 엽에게 음료수를 건내준 할아버지가 범인이었고, 할아버지는 엽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다. 이 할아버지는 싸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인물로 젊은 시절부터 끊임없이 살인을 자행해왔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가장이고, 아빠였기 때문에 수명이 다해 죽는 순간까지 그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누구도 몰랐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죽은 뒤, 그의 딸이 유품으로 남겨진 다이어리를 보면서, 그가 희대의 살인마였단 사실을 알게 된다. 딸은 죄책감에 자신의 아빠가 살인범이며 그 대신에 7년동안 감옥에서 지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 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이 살인마의 손주라며 욕먹는 것이 두려웠고, 그들의 자녀가 적어도 대학이 들어가게 되는 10년 동안만 이 진실을 감추기로 결심한다. 결국 최 엽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총 17년간 감옥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17년동안의 억울한 옥살이, 갇혀있는 동안 많은 것이 바뀌어있었다. 화목했던 가정은 사라지고 사랑했던 엄마는 병원에 누워있으며, 누구보다 든든했던 아빠는 갖은 고생으로 초췌해졌다. 연인과 헤어지고 친구들과 연락도 끊어졌다. 

 

그 누가 봐도 절망적인 상황, 이런 상황이 온다면 인간은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가...

 

이 웹툰은 정말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남자의 행태에 대해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최 엽은 그의 가족, 친구, 연인들과 만나며 속에 담긴 말들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그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프다.  하루아침에 살인자가 된 엽이를 그의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해야될까? 뉴스와 SNS에서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살인자라고 떠들어대는데 버틸 재간이 있을까. 과연 엽의 옆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그렇게 하나, 둘 떠나간 최 엽의 친구들은 사실 각자의 사정이 있었다. 결국 엽의 옆에 끝까지 남진 못했다는 미안함과 엽이 그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 그리고 서로의 진심이 통하는 과정은 아프지만 따뜻하다. 

 

 

제목 자체도 철학적이고, 내용도 가볍진 않지만 죽기전에 꼭 봐야할 웹툰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웹툰의 가장 큰 매력은 실제로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것.  

 

https://www.ytn.co.kr/_ln/0103_202001141216434508

'억울한 옥살이'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결정

화성 연쇄살인사건 이춘재의 제8차 범행에서 가해자로 지목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피해자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분은 이춘재가 8차 범행을 진술하기 전까지 무려 20년을 억울하게 감옥생활을 했다.  20년이면 천지가 개벽하고도 남을 긴 시간인데, 정부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았으면 한다.

 

아무튼, 이런 현실성에 흡입력 있는 스토리가 더해져 웹툰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정말 잘 만들어진 웹툰이니 아직 보지 못했다면 당장 가서 정주행 해보길 권한다.